현대자동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

작년 7월 22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에서 이른바 ‘사내하도급’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한 것이 파견근로에 해당하고 2006년 개정 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6조 제3항에 의거하여 현대자동차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간에 직접 고용관계가 존재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 자동차 조립 생산 작업에서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현대자동차가 이들 노동자들을 “직접 지휘하거나 또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현장관리인 등을 통하여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던 점, “사내협력업체의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된 바는 없었”던 점 등을 인정하여 이른바 ‘사내하도급’이란 관행이 위법한 파견근로관계에 해당함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판결은 이미 2004년부터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과 노력으로 밝혀진 현실을 재확인한 상식적 판결로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2004년 5월 현대자동차비정규노동조합에서 이러한 현실을 입증하여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고, 같은 해 9월 노동부 역시 불법파견근로관계를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도 않고 기나긴 소송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불법파견사용을 중단하고 법에 따라 현대자동차가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며 노동기본권을 행사한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에 대해 ‘사내협력업체’를 통한 부당해고, 사업장 출입 및 집회 금지,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인권을 침해해왔고 검찰 역시 현대자동차에게 파견법 위반 혐의가 없다며 이러한 인권침해에 동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15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었고 20여 명이 구속되었다. 급기야 2005년 9월 4일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에서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관리자들의 횡포와 '왕따'에 시달리던 류기혁 조합원이 비정규직노조 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매 자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려 6년여에 걸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과 고통 끝에 작년 7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는커녕 “대법원 판결이 최종 확정 판결이 아니”라면서 시간만 끌거나 파견법상의 직접고용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제청, 헌법소원 등 노동법과 노동기본권의 의의 자체를 부정하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 ‘대법원 판결대로’ 현대자동차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단체행동권을 행사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또다시 해고, 구속, 사상 최대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에 고통받고 있다.

오늘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문제를 대법원 판결대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 판결로 차별과 인권 침해에 시달려온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고용을 인정하면서도 2년 이상 일한 노동자에 대해서만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한 것이 이번 판결의 한계다. 사용자의 불법을 인정하고도 그것이 2년만 넘기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해석은 정의에 반할 뿐 아니라, 법으로 되레 불법을 조장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정의와 현실에 부합하는 판결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1년 2월 10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