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의해 억지 통과된 신문법.방송법은 원천 무효다!!
민주주의에 조종이 울렸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양성을 부정하는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개정안을 온갖 편법과 질서유지권이라는 힘을 동원해 통과시키려 했다. 신문법은 단상을 지키는 의원들을 대신해서 다른 의원들이 대리 투표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방송법은 재투표하였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정상적으로 법이 통과됐다고 주장한다.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관계자나 대법원 쪽의 의견은 국회 사무처 의견으로 묵살되고 있다. 이것이 오늘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민주주의의 실종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통과되었다고 하는 신문법, 방송법은 원천 무효다.
사실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한나라당 법안들은 절차적 흠결에 앞서 내용상 원천 무효다. 언론의 비판, 감시, 견제 대상이어야 할 자본 권력인 대기업과 이미 신문시장에서 온갖 비판을 받아 온 언론 권력인 지배적 신문사들의 방송보도 영역 진출을 가능하게 하는 신문·방송법안은 그 내용에서 이미 민주주의 사회의 법이 아닌 것이다. 대기업이 방송보도 영역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진 국영방송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정치권력인 정부나 정당의 방송소유를 인정할 수 없는 바와 같이 이미 정치권력보다 더 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대기업 자본권력에게 방송을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론다양성을 보장해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미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문 사업자들을 방송보도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여론독과점을 허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수백 년 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돌리려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이러한 폭거는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작년 12월 미디어 구조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법안을 제출하고도 채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에 통과시키겠다고 협박하였다. 선거를 앞두고는 아무 권한도 없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구성해서 정치적 이득을 획책하였고, 현명한 국민들이 재·보궐선거에서 단죄하였음에도, 한편으로는 형식적인 위원회 운영으로 명분 쌓기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직권 상정의 협박을 계속해왔다. 이것부터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폭거였다.
우리는 한나라당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를 한나라당의 최종안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애초 신산업성장동력이라며 방송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 자료에 근거한 비현실적 주장이었음이 밝혀졌다. 새롭게 제기했던 지상파 여론독과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상파의 독과점이 더 심하다는 주장 자체에 오류가 있었고 더군다나 이미 여론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문의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여론 독과점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반론에 의해 설득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법안을 포기하기는커녕 신문구독률, 매체합산시청점유율 같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수정안을 만들어 법안을 관철시키고자 했다.
그런데 이 수정안들은 결국 대기업과 조중동같은 시장지배적 신문사들이 방송보도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본질에서 조금도 차이가 없다. 수정안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도 쓰지 않는 신문구독률에 따라, 그것도 20% 기준으로 진출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신문사라는 조선일보의 구독률이 10.1%라 하니 결국 모든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는데 아무 제약이 없게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문시장에서 여론 지배력이라는 것은 ‘시장 점유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미 모든 나라가 이 기준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의 조중동을 위하여 ‘신문구독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쓰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에도 변화가 없음은 물론이다.
결국 대기업과 조중동의 방송보도 영역 진출이라는 단일한 목표만을 담고 있는 법안 내용, 그 동안 드러난 형식적 논의 과정, 그리고 드디어 22일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시킨 방송법 재투표와 신문법 대리투표 의혹 등 한나라당의 법안 처리 과정은 어느 하나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
이에 우리 교수·학술연구자 3단체는 학술적 양심을 걸고, 한나라당이 통과되었다고 주장하는 미디어 법들이 원천 무효임을 다시 강조한다. 우리는 정부가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가치도 존중하지 않고, 내용은 물론 입법절차상의 흠결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 법’을 공포하고 시행한다면 이 법의 무효화를 위해 모든 양심세력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임을 천명한다.
2009년 7월 23일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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