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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이제 2년밖에 안됐어요. 지치지 않았습니다"
[동행취재] 복직투쟁 700일 맞는 삼성해고자 박종태 씨의 하루
근 2년간 부당해고 철회를 외치며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전 삼성전자 대리 박종태 씨.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 때문에 박 씨는 올해 1월부터 보험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아침이면 수원시청 인근의 보험사 사무실에 발도장을 찍는다. 독립적인 사업자라 굳이 갈 필요는 없지만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우울증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약속한 일이다. 해고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얻은 우울증은 고질병이 됐다. 하루에 30여개의 알약을 먹어야 할 정도다. 박 씨는 3일 후면 복직투쟁에 나선 지 만으로 700일이 된다. 그 기간 박 씨의 주된 투쟁장소는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정문 앞. 오전에 고객과의 전화 등 보험사무를 마치고, 박 씨는 사무실에서 가까운 그곳으로 향한다.
▲ 수원시 영통구청 인근 삼성전자 정문 앞. 이곳에서 월.목.금 점심시간 박종태 씨는 1인 시위를 벌이며 삼성전자 측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 | 오전 11시 30분경, 삼성전자 정문 앞 영통사거리에 도착해서 박 씨는 알림막과 알림판들을 설치하고 이목을 끌기 위해 음악도 튼다. 처음 시작했을 때 1시간을 꼬박 잡아먹던 이 작업들이 이제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까지 박 씨의 SUV 지붕 위에 실린 스피커에서는 투쟁가가 아닌,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들이 울려 퍼진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처럼 유명한 팝송도 있고, 생소한 일본의 대중가요도 있다. 조금이라도 동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로 선택된 곡들이다.
▲ 박종태 씨는 김장훈의 '남자라서 웃어요'를 제일 좋아한다. 자신의 처지 탓에 공감이 가서라고 한다. © 수원시민신문 | | 이 중 박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김장훈의 '남자라서 웃어요'.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무척이나 마음에 와 닿는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남자라서 웃어요.. 웃어도 웃지 못하는 게 삶인데, 남자라서 참 슬픈 세상인데.." 1시간 반 동안, 아는 체 해주는 반가운 얼굴들과도 인사하고, 지나가면서 힐끔 알림판을 읽어보는 모습들에 보람을 느낀 박 씨는 다시 생업으로 돌아간다. 오후부터는 고객들을 찾아가 만나는 시간이다. 점심은 그 와중에 해결한다. 박 씨가 생계의 수단으로 보험일을 선택한 데에는 이런 자유스러움 때문이다. 박 씨는 보험일이 시간의 구애를 받지않고, 시위를 통해 사람들에게 삼성의 부당성을 알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점심시간의 시위를 마치고 박종태 씨는 보험 고객들을 만나러 나선다. © 수원시민신문 | | 박 씨는 화요일과 수요일 점심시간에는 연대활동을 위해 다른 이들을 돕고, 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에는 삼성전자 앞에서 오늘처럼 시위를 벌인다. 사정상 시위를 못하는 날이면 다음날이라도 나와 채워 넣는다. 화요일인 이날 나온 것도 전날에 비가 와 시위를 못했기 때문이다. 휴일에도 박 씨는 쉬지 않는다. 휴일 박 씨의 시위장소는 광교산이다. 광교산에서의 시위는 등산객들의 서명을 받는 점이 특색이다. 어느 등산객의 강권(?)으로 시작한 일인데 반응이 너무나 좋단다. 서면 서명이 벌써 900명이 넘었다. 온라인 서명과 맞먹는 숫자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곳은 수원시 우만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미용실을 찾아온 것인데 하필 휴업일(미용실은 화요일 휴업)에 온 탓에 헛걸음이 되고 말았다. 차를 돌려 이번에는 화성시 병점의 한 중국집으로 향했다.
▲ 고객과의 만남 차 들른 중국집에서 박종태 씨를 뒤늦게 점심을 해결했다. © 수원시민신문 | | 고객관리를 위해 찾은 이 중국집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박 씨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투쟁을 한 지) 2년이 돼 가는데 만나는 사람들이 '2년이나 되었다'며 걱정을 해 줘요. 제가 그럽니다. '이제 2년밖에 안됐어요.' 회사에서는 제가 지쳐 떨어지길 기다릴 겁니다. 아마 처음에 제가 얼마 못가 나가떨어질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박 씨는 자신이 지칠 때마다 오히려 회사 측에서 자극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합법적으로 시위를 하는데 형사와 교통경찰, 영통구청 직원까지 몰려와 강제철거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가 뒤에서 조종한 거에요. 검사도 해당 형사의 선처를 바라며 '모두 삼성의 잘못'이라고 하더군요.. 회사가 제 일거수일투족도 감시하는 거 같아요. 저에 대한 일을 모두 알고 있는 거에요."
▲ 박 씨의 아내는 요즘 부업으로 전자제품 커넥터를 조립하고 있다. © 수원시민신문 | | 오후 내내 고객들과 만난 뒤 박 씨는 수원시 원천동, 아내와 두 딸이 기다리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박 씨는 차 속에서 아내에게 제일 미안하다며 아내가 하는 부업을 소개했었다. 아파트 거실 탁자에는 작업 중이던 전자제품 커넥터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색이 고운 수세미들도 보였다. 지난 추석 명절 때 반응이 무척이나 좋았다는 수세미다. 박 씨의 아내가 직접 실을 사다 짠 것들이다. 지금도 여러 단체나 개인들이 좋다며 찾고 있다고 한다.
▲ 박종태 씨 가족은 형편이 나아지면 집안의 가전제품들을 바꾸고 싶어한다. 삼성제기 때문이다. 사용하던 삼성 손전화는 이미 모두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었다. © 수원시민신문 | | 박 씨의 집에는 재직시절 마련한 삼성제 가전제품들이 가득했다. 큰 돈을 들여 마련한만큼 사연들이 가득할 법한데, 회사의 행태가 지긋지긋한 박 씨 가족들에게는 '불호감'일뿐이다. 그래서 사정만 나아지면 모두 바꿀 생각들이다. 손전화는 이미 다른 회사제품으로 바꾼 상태다. 거실에서 다과를 즐기는 동안 박 씨가 그간의 자료들을 꺼내들고 설명을 해줬다. 그 중에는 자신의 일도 있었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다른 삼성 직원들의 일도 있었다.
▲ "노조가 없는 탓에 억울한 일을 당한 직원과 가족들이 하소연할 곳이 없어 안면도 없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어요." © 수원시민신문 | | 박 씨는 "회사에 노조가 없는 탓에 억울한 일을 당한 직원과 가족들이 하소연할 곳이 없어 안면도 없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요청받은 일에 발벗고 나섰고, 그 중에 몇 건은 해결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일은 제자리.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조차 1심에 계류중이다. 그럼에도 박 씨는 애써 웃음을 짓는다. 박 씨가 좋아하는 노래에서처럼.
* 박종태 씨 연락처 및 후원계좌 : 010-2084-8873, 외환은행148-18-078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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