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지식인 공동행동 성명서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억압하고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역행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장구한 시간동안 ‘국가보안법’은 한국사회를 유령처럼 지배해왔다. 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의 산물이자 독재의 근거였던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
국가보안법은 국가폭력의 대명사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개인의 내면을 국가권력이 통제한 것은 물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박탈하면서 많은 국민을 반국가사범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국가보안법은 국가폭력을 일상화하는 근거이자 우리사회를 질곡과 고난의 땅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가보안법이 지켜온 것은 ‘국가안보’가 아니라 독재세력의 ‘정권안보’였다.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통해 오히려 강화된 것은 친외세 민족반역자, 탈법․인권유린․부패․비합리적 행위자들의 기득권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가안보는 법률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국가보안법만이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인 것도 아니다. 반대로 국가보안법은 북의 대남전략 방어를 위한 수단이 아닌, 남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악법으로 군림해 왔다. 국제기구인 유엔조차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한국정부에 권고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냉전적 상황과 평화체제를 포함한 역사적 정황이 진전되어 있는 만큼 이제는 국가보안법의 과감한 폐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2007년 9월 현재까지, 국가보안법 구속자수는 무려 158명에 이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관련 구속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모순적 상황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집권세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명백히 공언한 바 있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번번이 저버렸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을 보수세력과의 담합을 위한 정략적 의제로 변질 또는 전락시켰다. 이들의 가슴에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고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비전이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당국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국가보안법은 지식인들의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근원적으로 억압해왔다. 학문과 예술의 자유는 문화발전과 국민의 생활향상을 위한 정신적 토대다. 이를 보장해야 인류의 진보가 가능하며, 언론과 출판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 그 실질적 내용을 갖출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국가보안법은 학문과 예술의 존재근거인 자유로운 진리탐구와 상상력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키고 있다.
한반도가 평화와 화해의 길로 나가기 위해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악용된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긴급한 문제다. 현재 남북 모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신뢰구축이다. 믿음은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교류와 남북 주민들 상호간의 신뢰와 연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은 서로를 적대시하고 협력관계를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남북 간에 화해협력과 교류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이 시대에, 대화의 엄연한 당사자인 북측을 근원적으로 적대시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할 이유가 없음은 명백하다.
동시에 남북 상호간의 제도와 이념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문제도, 금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진전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참다운 민주주의를 희구하는 모든 사람들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우리 지식인들은 엄숙히 다짐하는 바이다.
반민주 악법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역행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2007년 10월 16일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문화연대, 연구공간 수유+너머,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한국철학사상연구회
|